최근 정보의 고인 바다, 온라인을 돌아다니다 보면, Web 2.0 못지않게 자주 언급되는 말이 있다. UCC (User Created Contents : 사용자 생산 콘텐츠)가 그것이다. 사실 웹 관련 새로운 조어가 생길 때마다 영어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자주 하게 되는데, UCC는 그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외국에서 YouTube와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가 나오면서 생겨난 말로 UGC(User Generated Contents)가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UCC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로 인식될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 UCC라는 단어가 폭 넓게 자리를 하고 있어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포털사이트들을 돌아 다녀봐도 그렇고 커뮤니티 사이트나 최근에는 언론 미디어 사이트에서도 UCC라는 메뉴명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서 말하는 UCC는 대부분 UPC(User 퍼온 Contents)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이 사이트에서 인기 콘텐츠로 올라온 콘텐츠는 다른 사이트에서도 순위권에 있다. 실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용자보다 그런 콘텐츠들을 퍼다 나르는 퍼뮤니케이터 들이 많다고 본다.

암튼 오늘 재미난 에피소드를 얘기 하기위해 서론이 너무 길었다. 오늘 출근길에 심심풀이용으로 무가지를 집어 들었다. 출근길에 누구나 가볍게 집어서 읽고 버리기 편한 그 무가지 말이다. 뭐 어차피 뉴스 내용은 어제 오후에 인터넷에서 다 본 내용일거고 어제 저녁에 TV 뉴스를 통해서 복습까지 마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만화나 읽어볼까 하고 페이지를 넘기다가 재미난 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UCC Special” 이란 지면이 새로 생긴 걸 확인했다. 카툰을 많이 실어왔던 D 무가지는 매주 월요일, 목요일 두 번씩 D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 올라온 UCC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가지의 한 면을 할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봐오던 살짝 싫증이 나려고 하는 UCC를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고 하니 기뻐해야 하나? 아무튼 낯익은 콘텐츠의 뜻밖의 등장은 신선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편집 디자인
우선은 사용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편집디자인을 얘기 하고 싶다. 디자인 전공자는 아니지만 디자인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풍월을 읊어 보면, 브라우저를 통해 보이는 웹사이트 디자인과 종이에 인쇄가 되어 보이는 편집 디자인은 분명 제작 의도부터 다른 이유로 그 표현 방법도 크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가지는 브라우저에서 보이는 페이지를 그대로 캡처라도 한 것 같은 편집 디자인으로 UCC를 소개하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저기 보면 클릭할 수도 없는 배너하며, 인기 동영상 리스트를 보여주고 있는데, 포털의 커뮤니티에서 보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종이 인쇄물에 배너라니.

클릭할 수도 없는 배너



사용자 & 매체 특성
디자인이야 역시 내 전공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지면 하나를 할애해서 보여주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 무가지를 읽는 대부분의 사용자는 아침 출근길에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도 거른 직장인 이거나 강의 시간표에 1교시를 실수로 채워 넣은 대학생들이 대부분일거다. 이런 사람들이 신문을 통해서 동영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메인 콘텐츠 우측 편에 작지 않은 비중으로 인기 동영상 리스트를 보여주고 있다. -_-;; 아~ 이 얼마나 무성의 한 콘텐츠 레이아웃인가? 그게 전부가 아니다. 페이지 상단을 보면, 미스사이공 공연 배너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이 페이지 어디에서도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시 언급하거나 온라인에서 해당정보를 찾을 만한 힌트가 되는 것도 하나 없다. 그리고 UCC라고 올렸으면 UCC의 출처 정도는 밝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D 포털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기사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만 했지, 콘텐츠를 가져온 블로거의 이름만을 적어 놓은 채 기사 어디에도 블로그 URL을 적어 놓지 않았다. 짧은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블로거의 허락을 득한 다음 이렇게 인쇄까지 했을지도 현재로선 의문이 든다.

블로거 별명만 표기가 되어있을 뿐 URL은 어디에?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시도는 좋다.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좀 많아 보인다. 우선 콘텐츠 제공자에게 정보 이용에 관해서 허락을 받고, 콘텐츠를 제공한 블로거의 별명과 블로그 주소 정도는 적어주는 것이 정보를 제공한 사용자에게 작지만 보상을 하는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동영상의 경우는 시스템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뭐 어려운 부분은 아니니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자가 올리는 동영상에는 각각의 ID번호를 부여하고 다음 검색창에서 해당 동영상의 ID번호만 입력해서 쉽게 감상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신문에서는 동영상의 ID번호를 적어주면서 “검색창에서 동영상 ID번호만 입력하세요~” 정도로 홍보를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빈공간 메워 놓으려고 넣어두었던 미스사이공의 공연 배너는 과감히 삭제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동영상은 어떻게 보라구요?



포스트를 마무리하기 전에 최근 UCC를 열풍인양 몰아가려는 서비스 제공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UCC든 UGC든 다 좋다. 사용자에게 단순히 정보의 소비자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제작자와 배급자의 역할의 기회까지 준다는 것은 좋은 생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용자가 제작한 유용한 콘텐츠에 대한 보상과 불순한 내용의 콘텐츠로부터 사용자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지금 막 불기 시작한 UCC 열풍은 한 때 반짝하다 그쳐버릴 선풍기 바람만도 못하게 될 수 있다. 좋은 프로그램 시스템만(H/W) 만들어 두면 사용자들이 몰려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콘텐츠 생산을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S/W)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UCC로 재미 좀 보시는 분들, 그 재미를 좀 오래 보시려면 사용자를 중심에 둔 콘텐츠 개발에 더욱 힘을 써 주시기 바란다. User Created Contents가 아닌 User Centered Contents를 더 고민해 주면 좋겠다. 앞으로 내가 제작하게 될 서비스에서도 클라이언트의 비슷한 요청이 있을 땐 나도 지금 하는 고민을 더욱 깊게 해야 하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09/02-02:09 추가

1. 다음 담당자의 해명
다음 담당자로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부분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다음 담당자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해당 블로거의 글은 특종/베스트 블로거로 10만원 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참고 /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단 안내사항


2. 다시 드는 의문
10만원은 좋은 글을 미디어다음에 노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급한 금액이다. 하지만 해당 저작물을 성격이 다른 매체(것도 오프라인 매체)에 노출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 추가 보상이 있었을까?
실제로 원고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거나 각각 계약을 해서 지급받게 된다고 알고 있다.

다음 담당자님 다시 오시게 되면 답변 부탁드릴게요.


3. 트래픽초과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1G의 넉넉한 트래픽을 가뿐하게 초과했다. 바쁜 업무로 회사에선 블로그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farNfar님이 메신저로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 18시 30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는데, 트래픽 리셋 쿠폰을 이용해서 블로그를 원상복구 시킬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올블로그를 포함한 몇 개의 블로그메타사이트에서 추천글로 올라간 게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