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잠시 떠나보겠다고 자발적인 실업상태로 들어갔었다.

하지만 자발적인 실업상태를 계속 지속하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와이프는 충분한 협의 후에 결정한 문제라 크게 걱정을 하거나 실업상태의 조기 마감을 종용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양가 어른들. 그 분들께는 높은 실업률과 취업(재취업 포함)의 어려움에 관한 뉴스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분위기에서 다 큰 아들이, 그리고 딸을 책임지겠다고 했던 사위가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고 휴가를 즐기고 있는 모양새를 그리 반가워 보일 리가 없지 않는가? 그래서 난 자발적으로 시작한 실업상태를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자발적이지 않은 이유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서비스 기획자로 받던 업무 스트레스를 피해볼까 했지만 또 다른 온라인 서비스의 기획을 맡고 비슷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온 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온라인 서비스 기획이지만 온라인 서비스 기획자로 내 명함이 굳어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다양한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고 계속 학습상태로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재미있고 다른 어떤 업무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나는 다시 이 일을 선택했다.

사실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까지는 몇 가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도 나의 이력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실업상태를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준 회사에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높은 기대치에 가깝게 갈 수 있도록 아직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이전에 있던 회사나 옮긴 회사나 온라인에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해서 사용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본 업무는 똑같다. 하지만 두 가지는 내가 새로 학습을 해야 하는 숙제로 던져진 것 같다. 그 하나는 이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빠른 이해라고 생각한다. 같은 일을 진행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기존에 했던 프로세스와 또 다른 방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또 다른 나의 숙제는 사실 첫 번째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갈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친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어차피 컴퓨터와 아무리 친해져도 실제 작업을 진행하는 작업자들과의 업무협조 능력이 부족하다면, 프로젝트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길고 장황하게 긁적이고 있지만 요지는 이런 거다.


그래,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Post Script
지난번 포스팅에 ‘자발적인 실업상태’라는 다소 선정적인(?) 낚시성 제목 탓인지 2004년부터 작성해온 180여개의 포스팅 중에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실업자 블로거를 격려해주는 분들도, 자발적인 실업상태를 부러워 해주신 분들도, 제 실업상태 보다 새 차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도 모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고맙습니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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