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사 근처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숙소가 있는 해운대로 달렸다. 해운대는 이번이 4번째 방문이다. 수능시험을 끝내고 친구들과 모여서 겨울 바다를 보러 왔던 게 그 첫 번째고, 대학 동기가 광안리에 살고 있어 일주일 정도 여름 방학을 부산에서 보내면서 놀러 왔던 게 그 두 번째, 그리고 3년 전 친구가 해운대 근처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와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해운대를 찾았는데, 그 사이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과 대형 백화점 및 할인매장들이 들어서면서 고급 주택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 있었고, 사장에는 쓰레기를 찾아 보기 힘든 정도로 깨끗해 수 많은 외국인들이 비치발리볼을 즐기거나 썬탠을 즐기고 있었다. 비수기 탓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해운대를 오려면 4월에 여름 휴가 받아서 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외국인들이 가득한 해운대 앞바다
파라다이스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본 해운대 앞바다
해운대에 모래 그림을 그리고 계신 작가님 (누구일까요?)
숙소는 해운대 올 때마다 눈독을 들였던 파라다이스 호텔로 잡았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해운대 해수욕장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어서 매번 눈독만 들이고 있었는데, 이번 가족여행의 쉼터로 결정했다. 해운대의 많은 호텔들 가운데 유일하게 객실마다 발코니가 있어 의자를 두고 바다를 바라보면, 그 넓은 해운대 바다를 독대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잡았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신관보다 더욱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의 본관. 2007년에 리뉴얼 공사를 마친 탓이라고 프론트에서 알려주었다. 피곤한 탓에 샤워를 시켜 놓으면 금방 잠들지 않을까 했는데, 이 녀석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끌고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조른다. 날이 저물고 있어 바닷바람은 무리가 있을 것 같아 호텔 여기저기를 둘러 보기로 했다. 사실 출장 차 호텔에 가면, 객실이랑 와인바, 조식 식당 정도가 전부라 호텔 구경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깔끔한 1층 로비 라운지
깔끔한 화장실 픽토그램
붉은색 벽지의 강렬한 인상을 가진 일식 전문점 SAKEA
레스토랑 Collavini의 다양한 와인들
멀리 오륙도와 유람선이 보이는 실외 풀장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객실
리뉴얼 한지 얼마 안된 호텔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심플했다. 해운대 바다를 향해 전면 유리로 되어 있는 로비, 호텔과 해운대 해수욕장 사이를 어이주는 잔디 정원, 잔디 정원 곳곳에 숨겨 놓은 보물 같은 여러 작품들. 붉은색 벽지의 강렬한 인상을 가진 일식 전문점 SAKEA, 일식, 중식, 한식, 양식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와인셀러, 그 안에 다양한 와인들, 그리고 멀리 오륙도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실외 풀장과 바다를 향해 있는 노천 온천까지… 지금까지 여러 호텔을 다니면서 이런 다양한 시설들을 지나쳤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호텔에서 한 달 정도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마어마한 숙박료는.. ㅎㅎ
앞마당에 유명한 조소작품 앞에서
분수를 감상하며 산책하는 지우
발에 묻은 모래를 털어달라고 조르는 지우
발코니에서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지우
샤워로 하루의 피로를 싸악~~
앗있게 조식 뷔페를 즐기고 있는 지우
지우는 층층이 쌓여있는 와인에도 수영장이나 노천 온천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단지 호텔 앞 폭신폭신 잔디밭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뒷짐을 지고 산책도 하고 엄마랑 술래잡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뛰어 다녔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의자를 돌려 놓고 바다를 보면서 ‘무~~~ㄹ’을 연신 외쳐 대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물을 한꺼번에 본 적은 처음이라 저도 대단하다 생각했나 보다.
해운대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셀프 카메라
1박 2일 짧은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서, 지우가 참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지우가 태어나서 가장 멀리 차를 타고 다녀온 여행이기 때문이다. 다 지우가 장거리 여행을 잘 견뎌준 덕분이다. 자~ 다음 5월에는 어디로 갈까? 양떼 구름 타러 대관령으로 가볼까? 아님 경춘선 따라서 강촌으로 가 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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