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에 블로고스피어란 게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네이버, 다음 검색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곳을 블로고스피어라 할 수 있을까? 약 10년쯤 전인 그때를 회상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04 년, 영문과 출신으로 웹에이전시에서 웹사이트를 파워포인트로 그리는 신입 기획자가 있었다. 서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보는 페이지와는 다른 관리자 페이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막 배워가는 인터넷 초보 기획자였다. 네이버에 블로그란 걸 만들어 두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긁어다 저장해두고 읽을 시간을 내지도 못하는 초보 기획자가 우연한 기회로 '태터툴즈'라는 개인 개발자가 만드는 블로그 프로그램을 만났다. 그게 시작이었다.
10년 전 '태터툴즈'로 운영되었던 페이퍼온넷
자기가 만드는, 자신만의 블로그를 위해 호스팅을 구입하고, 멋진 도메인을 찾기 위해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게 엉성하게 블로그를 만들고 웹서비스와 관련한 포스팅을 올리는 동안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블로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블로거들의 콘텐츠가 살아가는 블로고스피어란 곳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블로거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정확하게는 블로그 필명)을 걸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블로그에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호스팅, 도메인에 기꺼이 비용을들여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블로거들이 많았다. 블로고스피어는 그런 블로거들의 거주지 같은 곳이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찾을 수 없었던 전문적인 내용도 많았고, 웹사이트 기획, 개발과 관련해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던 곳도 그 블로고스피어였다.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콘텐츠로 자신을 알려가는 블로거들의 세상이었다. (블로)거지란 말도 없었고, 저품질로 블로그를 버리고 새로 오픈한다는건 생각도 못 하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블로고스피어'란 단어를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시작이 '태터툴즈' 덕분이었던 것 같다.
Brand Yourself! 태터툴즈 홈페이지
한 개인(JH님 : 정재훈)이 시작했던 태터툴즈 프로젝트가 TNF를 만나 누구나 쉽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바뀌었다. 이름도 태터툴즈에서 텍스트큐브로 바뀌면서 참 많은 변화를 함께했다. Daum과 함께 티스토리로 나누어지고, 텍스트큐브닷컴으로 나누어졌던 서비스는 구글에 팔리는 동안에도 텍스트큐브는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 변화를 조용히 지켜봐 온 게 벌써 10년. '태터엔프렌즈'였다가 '태터 네트워크 재단'으로 이름을 바꿔오는 동안 텍스트큐브를 지켜온 TNF 개발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나 희망이 있다면 태터툴즈의 전성기를 텍스트큐브로 다시한번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픈소스 CMS로 성장해서 블로그뿐 아니라 홈페이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게 블로고스피어의 제2의 전성기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 좋겠다.
TNF가 10년동안 키워온 오픈 소스 블로그 프로젝트 '텍스트큐브'
아! 10년 전 그 초보 기획자는 그때 처음 만난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매력에 빠져서 기업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팀장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텍스트큐브 외에도 워드프레스란 외국의 오픈소스 CMS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워드프레스가 가진 크고 아름다운 생태계를 텍스트큐브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계속 발전하는 텍스트큐브를 기대하며... 텍스트큐브로부터 대한민국의 블로그가 다시 정의되기를 바라며... 대한민국에 블로고스피어가 다시 한 번 부상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짧은 개발 지식으로 서버에 오픈 소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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