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쁜 월요일 아침, 비는 내리고...


아침부터 비가 내린 월요일. 프로젝트 기획회의 차 아침부터 지하철로 익숙하지 않은 길을 찾아가야 했다. 지하철을 빠져나오자 막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가방 속에 챙겨온 우산을 꺼내야했다.

'하하하. 난 준비가 철저한 차도남. ^0^'

그렇게 월요일 아침 바쁜 초행길을 재촉해 미팅장소에 도착했다. 우산을 접고 미팅 준비를 위해 명함지갑에서 명함을 꺼내려는 순간!

가방 한구석에 있어야 할 명함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바지 앞주머니, 뒷주머니... 잘 쓰지 않는 가방 속 지퍼까지 다 찾아봤지만 없었다.

'G&Jang, 아까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려다 떨어뜨린 것 같다. -_-;;'

결국, 그날 처음 만나는 분께 명함 대신 연락처를 이메일로 전달 드리는 결례까지 범하고 말았다. 그깟 명함지갑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차도남 놀이에 빠져 있었지만, 머릿속으론 완전 공황 상태였다. 갱신한 지 2년밖에 안된 운전면허증, 내 모든 은행 카드 및 보안카드에 사무실과 집 출입카드까지 몽땅 다 들어 있는 바로 그 명함 지갑을 잃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2. 분실 신고를 하며 마음의 정리를...


점심을 먹고 차분하게 은행을 들러 카드 분실 신고와 재발급을 마쳤다. 휴대폰과 함께 항상 지니고 다니던 녀석의 부재는 생각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었던 모양이다. 종일 멍하고, 허전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분실 신고도 끝냈으니 10년간 함께했던 그 녀석과 진짜 이별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휴대전화의 벨소리가 울렸다.

"혹시, 지갑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네... T.T"

"여기, 인사동 쪽인데..."

"감사합니다. 제가 퇴근길에 지갑 찾으러 가겠습니다. 연락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퀵으로 보내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작게라도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어서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3. 지갑과의 재회를 위해 인사동 박당표구사로...


작지만 감사의 인사로 피로로부터 체력을 회복해주는 바카스 선물세트도 준비했다.

'혹시, 엄청난 보답을 요구하면 어쩌지? 0_0?'

지갑 분실로 인한 자책감과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한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로 부지런히 달려서 지갑을 습득하셨다는 분을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전화로 인사드렸던 송민섭입니다."

"지갑 여깄어요. 혹시 없어진 것 없는지 잘 살펴보세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잃어버린 것 없이 다 잘 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준비해 간 바카스 선물세트는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 말씀에 무겁게 들고온 성의를 봐서 받아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친절하게 한 병 따주시는 바카스까지 얻어 마시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드리고 빠져나왔다.

박당표구사 사장님 덕분에 잃어버렸던 명함 지갑을 다시 찾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지갑 대단한 건 아니지만,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다. 작년에는 택시에 흘리고 내렸다가 친절한 택시 기사님이 찾아 주신 덕분에 10년째 나와 함께 해온 지갑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렇게 이번에도 다시 내 곁으로 무사히 돌아와 준 걸 보면 분명히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질긴 인연의 지갑을 다시 만나게 해주신 '박당표구사'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인사동 박당표구사 사장님 덕분에 지갑과 재회...

아주 오랜만에 찾은 인사동

인사동 박당표구사 사장님 덕분에 지갑과 재회...

분실한 지갑을 다시 만난 곳, 박당표구사

인사동 박당표구사 사장님 덕분에 지갑과 재회...

작은 감사의 성의,

인사동 박당표구사 사장님 덕분에 지갑과 재회...

다시 돌아온 10년 된 명함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