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 자신도 정리할 수 없었던 이상한 심리 상태를 우연히 소설책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한 시간 후 앨리스는 침대에 누워서, 왜 기분이 산산이 찢겨버렸는지 씁쓸하게 생각했다. 갈라진 기분은 수많은 TV 채널 같았다. 까다로운 악마가 영원토록 리모컨 위에서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는.

앨리스에게 '자아 발견이란' 그 중의 한 자아를 찾는다는 의미였다. 이 지긋지긋한 빨래건조기를 멈추고, 어느 정도 안정감과 평온을 줄 수 있는 채널을 찾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중에서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난 자신감과 유쾌함을 줄 수 있는 채널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시원한 초겨울 바람을 가르며 땀을 흘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달리는 동안은 적어도 그 까다로운 악마가 리모컨을 헤집고 다니진 못 하는 것 같거든.

전쟁에서는 도시의 방어벽을 무너뜨리거나 비행장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쪽이 힘이 있다. 경제계에서는 주식을 사들여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편이 힘이 있다. 권투에서는 주먹을 날려 상대방을 뻗게 하는 편이 힘이 있다. 하지만 사랑에서는 권력이 훨씬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정의에 의존하는 것 같다. 사랑에서는 권력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능력으로 간주된다.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중에서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크기, 사랑의 시작점과 끝점, 사랑의 방향 또, 사랑의 표현력에서 항상 균형을 이루었다면 이 세상에 예술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랑은 언제나 불.균.형!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을'이면서도 아닌척! 내가 훨씬 더 먼저 사랑했으면서도 '갑'인척! 그러다가 놓쳐버릴지도 몰라. 힘의 논리로 따지지 말고, 사랑한다면 맘껏 사랑하는 걸로...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 Dog Ears는 책 페이지의 상단을 접어서 북마크를 해둔 모양이 개의 귀를 닮았다는 데서 나온 단어입니다. 하지만 책방 아들답게 책의 페이지를 접거나 구기지는 않습니다. Dog Ears는 제가 좋아하는 페이지의 내용을 모아놓은 태그로 생각해주세요.

** 지난번 PAPER 동호회 <종이향기> 오프 모임에서 선물 받은 <우리는 사랑일까>은 1판 32쇄인데, 32쇄가 나올 때까지 무수히 많은 수정이 있었네요. 다른 폰트로 수정해 놓은 덕분에 읽기가 참 불편했었네요. 지금 사서 보시는 분들은 2판으로 구매하실 수 있으실 듯...

*** 포스팅에 올라간 사진들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폰 Nexus S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폰카가 디카를 대신하는 시대!